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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웨일(The Whale)>

영화  <더 웨일(The Whale)>의 줄거리

어느 외딴곳, 작은 집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가둔 것처럼 보이는 찰리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동성애 파트너의 죽음 후 우울증으로 인한 폭식을 거듭해 300kg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 엄청난 몸무게로 인해 거동할 때에는 몸을 지탱해 줄 수 있는 보행 보조도구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떼기 힘들어 작은 소파에서 하루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찰리는 유일하게 세상과 자신을 연결해 주는 단 하나의 통로라고 볼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집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쳐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는 항상 카메라를 끈 채 검은색 화면 안에서 목소리만으로 학생들과 소통을 합니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어두운 스크린 안에 감춘 찰리는 자기혐오로 가득 찬 외로운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를 찾아오는 유일한 사람들은 구원을 전한다는 지역 전도사인 토마스와 가정 방문 간호사인 리즈, 그리고 피자 배달부인 덴 정도입니다. 그에게 남아 있는 하나뿐인 가족이자 친구라고 볼 수 있는 간호사인 리즈는 찰리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말을 전하며 의사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을 하지만, 찰리는 이제 말의 습관이 되어 있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거절하기를 반복합니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찰리는 본인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고 느끼게 되고, 핸드폰을 꺼내듭니다. 그리고 수년간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던, 이제는 어느덧 17살이 된 딸 엘리에게 전화를 걸게 되죠. 동성애 파트너로 인해 가족을 떠났던 찰리 그리고 그 파트너의 죽음과 가족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에 음식물을 밀어 넣고 홀로 죽음을 기다리는 그는 오늘 용기를 내어 엘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과연 찰리와 엘리는 서로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을까? 

 

수상 내역

더 웨일은 제95회 아카데미, 제29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부문, 제38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분장상 등 많은 수상의 영광을 이룬 작품입니다. 블랙스완의 감독으로 알려진 대런 아로 노프스키가 5년 만에 메가폰을 잡고 만든 이 영화는, 사무엘헌터의 더 웨일이라는 동명의 연극이 원작인 작품입니다. 감독인 대런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극 중 찰리라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알맞은 배우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어색하지 않은 분장을 통해 이 배역을 더 사실감 있게 그리기 위해서였다고 전해졌습니다. 이 영화 더 웨일은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조그마한 찰리의 어두운 아파트가 사실상 영화 안에 나오는 무대의 전부입니다. 이 한정되어 있는 협소한 공간에서 3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리지 역을 연기한 홍 차우, 엘리 역을 연기한 세이디 싱크, 그리고 찰리 역을 연기한 브렌든 프레이저까지 관객들을 영화에 완전히 몰입시키는 엄청난 힘과 매력을 보여줍니다. 세 명의 배우가 본인들의 역할을 묵묵히 잘 해내지만, 찰리역을 연기한 브랜드 프레이저는 이 작품을 통해 본인의 커리어의 정점을 보여줬습니다. 저를 포함한 한국 관객에게 미이라(The Mummy) 시리즈로 알려진 액션 배우에 불과했지만, 더 웨일을 통해 그의 본모습과 진가를 어김없이 관객들에게 선보입니다. 엄청난 체중을 사실감 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 보형물을 입은 상태에서 눈을 통해 찰리가 느끼는 죄책감과 파트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그리고 가족을 버렸다는 후회가 작품을 보는 내내 관객에게 전해집니다. 이 영화를 다 보신 후에는 더 이상 미이라(The Mummy)의 그 액션 배우가 아닌, 브랜드 프레이저라는 본인의 이름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자기혐오에 대한 구원

'나는 구원받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영화 더 웨일에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신의 구원을 전파하려는 어린 전도사 토마스와의 대화에서 찰리가 한 대사입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한 상태인 찰리는 만약 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이 남자는 이른 아침 조그마한 창가에 날아든 작은 새에게 먹이를 주는 희망과 구원을 믿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의 믿음은 자신이 버린 딸 엘리와의 관계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아버지 찰리는 엘리가 8살 되던 해, 가족을 떠나 수년간 연락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엘리는 아버지인 찰리가 게이라는 것과, 그리고 남성인 파트너와 떠남으로 어머니와 나를 버렸다는 사실로 인해 어두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딸의 모습을 남몰래 페이스북을 통해 지켜보게 되고, 죽은 개나 희망 없는 사진들을 포스팅하는 그녀를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찰리는 자신의 딸 앨리가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지 잊어버린 것 같다며 그녀를 도와주려고 나서지만, 이는 자신의 뜻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비대한 몸 때문에 혈압은 치솟고, 심장은 쇠약해져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찰리 그 마지막 시간 동안 자신의 딸을 더 알아가고 화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엘리는 이미 마음의 문을 닫은 지 오래입니다. 이 작품은 딸 엘리와 아버지 찰리의 관계를 통해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엘리의 시선, 또 다른 하나는 관객으로서의 아버지인 찰리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엘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바라본다면 찰리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겁니다.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과 어머니를 동성애 파트너와의 사랑으로 떠났고, 남겨진 그 둘은 버려졌다는 참담함으로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고, 엘리는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객의 시선으로 아버지인 찰리를 바라본다면, 어쩌면 이 사람은 충분히 고통을 받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찰리는 스스로를 고문하고 사회로부터 자신을 격리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외로움이라는 동굴 안에 밀어 넣은 글을 관객들은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영화의 첫 장면에 해당하는 찰리라는 캐릭터를 처음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영화 속 찰리라는 캐릭터는 개의 영상물을 보며 땀 흘리며 자위하는 장면으로 관객들과 대면합니다. 그리고 약간의 심장 박동 증가도 거구의 사람에게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가는 장면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인물을 처음으로 등장시키는 장면은 이 영화의 흥미와 집중도, 호감도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 영화는 찰리를 아름답게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혐오스럽고 끔찍하며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으로 설정합니다. 온몸에 비극과 슬픔을 덕지덕지 붙인 캐릭터 찰리를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의 죄책감과 슬픔을 이해하고 찰리의 끝없는 자기혐오를 동정하게 됩니다. 관객에게 주인공을 이해시키고 공감하게 하는 대런 감독의 연출 능력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여운을 남기는 작품 <더 웨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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