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수> 줄거리 및 캐릭터, 3가지 관전 포인트

영화 <민수>

올해 여름 물놀이를 극장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관람만으로 무더위 싹 쓸어갈 신작 밀수 스포 없는 리뷰 시작합니다. 
영화 밀수는 제목 그대로 실제 1970년대 대한민국에 흔했던 밀수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실제로 부산, 여수, 목포, 인천 등 전국 주요 항구 도시에서 밀수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했었습니다. 수출 면장 없이 외국으로 출항할 수 있는 활어선을 이용해 금괴, 첨단 전자제품, 일반 소비제품까지 다양한 밀수품들이 한국 바다에 닿을 수 있었고 해녀들을 통해 육지로 운반되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실제 70년대 여성들이 밀수를 하는 그 이야기에 관심을 꽤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 밀수 사건들과 해녀가 얽혀 있었다는 박물관 자료 속 한 줄로부터 밀수의 스토리를 떠올렸습니다.

 

영화 <밀수>의 줄거리 및 캐릭터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고 해녀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해녀들에게 달콤한 제안이 들어옵니다. 바닷속에 던진 물건을 건지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에 가담하는 것이었습니다. 춘자와 진숙은 어려워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위험한 일임에도 과감하게 밀수에 가담하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춘자의 고집으로 인해 끔찍한 사건을 마주한 진숙은 그녀와 등을 진 채 원수 사이로 지냈습니다.
과거 춘자와 진숙을 모시던 순박한 청년이었으나 이 지역 실세로 거듭나며 불타는 브로콜리로 성장한 장도리,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 군천의 정부통 옥분까지 이 판에 끼어들며 모두의 야망이 뒤섞이고 밀수는 어느새 이들의 목숨줄을 흔드는 사건이 됩니다. 
군함도, 모가디슈 등 최근 연출작을 통해 역사 속 묵직한 페이지에 주목해 왔던 류승완 감독 오랜만에 커리어 초반을 떠올리게 만드는 시원시원한 장르 오락 영화로 극장을 찾았습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촘촘히 얽혀 있는 선명한 이해관계 결국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지 숨죽여 보게 만드는 쫀쫀한 긴장감까지 여름 오락 영화의 모든 구성이 만족스럽게 담겨 러닝타임 내내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포스터에 실린 6명의 캐릭터가 모두 선명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불필요하다거나 산만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전혀 없습니다. 또, 복잡한 관계로 얽혀 서로 의심하거나 다른 속내를 품은 채 한 앵글에 담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장면들에서 배우들이 빚어내는 시너지가 극을 이끄는 또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극의 단단한 중심을 잡아내는 두 축 김혜수와 염정아부터 살펴보자면, 김혜수는 춘자를 본인이 직접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상스러운 캐릭터라 언급했습니다. 물길만큼 돈길도 환하게 뚫어내는 캐릭터입니다. 위기를 유연하게 빠져나가는 대처 능력에 하이톤 목소리, 화려한 스타일까지 타짜 정마담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듯하지만 그보다는 더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극의 방향키를 쥔 반전의 반전을 숨긴 인물로 김혜수 배우가 아니고서는 상상하지 못할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배우 염정아가 연기 한 진숙은 개인적인 욕망을 쫓기 바쁜 인물들 사이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사는 군천 앞바다 해녀들의 리더로서 밀수에서 단단한 무게 중심을 잡는 인물입니다. 주변의 소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굳건함부터 춘자에 대한 믿음과 의심 사이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까지 진숙의 내면을 상세하게 짚어내며 관객의 몰입도를 더했습니다. 독보적인 짜증 연기를 코미디로 승화시키는 박정민과 대 선배들 사이에서 통통 튀는 자신만의 에너지를 뽐낸 고민시의 발견도 반가웠습니다.

 

3가지 관전 포인트

밀수의 최고 관전 포인트는 수중 액션입니다. 조인성과 류승완 감독은 <밀수> 이전에 <모가디슈>에서도 호흡을 맞춘 만큼 감정신, 액션신 모두에서 류승완 감독의 디렉팅을 풍부한 스펙트럼으로 표현하는 조인성 배우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밀수의 수중 액션이 이 영화의 연출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밝히며, 수평의 움직임이 아닌 수직의 움직임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감독의 말처럼 수평과 수직을 거스르는 다양한 앵글이 관객에게 새로 시각적 경험을 전하여 보통의 액션신에 비해 속도가 느리지만, 긴장감 가득한 장면들이 탄생했습니다. 긴 시간 숨을 참고 물속에서 연기를 펼친 배우들과 그와 함께 숨을 참으며 카메라를 들었을 스태프들이 떠올라 영화를 보면서 모두의 노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밀수팀은 수중 발레 전문가들의 지도 아래 촬영 3개월 전부터 수중 훈련을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김혜수, 염정아 배우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바탕으로 원래 지니고 있던 물 공포증까지 극복했다고 합니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도전을 아끼지 않는 대배우들의 노력에 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 중 밀수만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서 무더운 여름에 쾌감을 느끼며 즐길 수 있는 영화는 분명합니다.
수중 액션 뿐만 아니라 호텔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지상에서의 액션 역시 탁월합니다. 한정된 공간을 적재적소로 활용한 리듬감 넘치는 액션을 만날 수 있는데, 속도감 넘치는 경쾌한 연출과 조인성의 잘생김까지 담아낸 엄청난 액션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권상사 곁을 묵묵히 지키는 정동원 배우의 깔끔한 액션과 존재감도 돋보였습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70년대 느낌을 다양한 방법으로 스크린에 소환한 밀수 우선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과 스타일이 주목을 받습니다. 미녀 삼총사의 파라 포셋을 떠올리게 만드는 춘자의 헤어스타일을 비롯해 장도리의 패션, 고민시의 한복, 갈매기, 눈썹까지 그 시대를 완벽히 소환해 냈습니다. 화면 내 들끓는 열기 몇몇 장면의 편집 방식은 과거 홍콩 영화들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곡 센스가 엄청납니다. 염정아가 직접 부른 '앵두'부터 촬영 현장에 계속 울려 퍼졌다는 '연안부두', 장면과 가사의 합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까지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 시대의 노래를 찾아 듣고 어울리는 장면들을 상상했다는 류승완 감독의 철저한 준비성이 2030 관객들까지 매료시키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와 잘 어울리는 오리지널 스코어의 존재감도 대단합니다. 영화 개봉 전부터 음악 감독이 장기하라는 사실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밀수의 순간들을 메운 70년대 대중가요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스코어들이 장면 곳곳을 채우며 영화를 더욱 흥겹게 즐기도록 만들었습니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제게 신선한 통쾌함을 안겨준 진숙과 춘자와의 관계성이었습니다. 화끈한 승부사 기질의 춘자 역을 맡은 김혜수 배우와 해녀들을 이끄는 리더 진숙 역의 염정아 배우의 케미가 돋보였습니다. 두 인물 사이의 신뢰와 의심, 우정과 승리를 섬세히 짚어내며 휘몰아치는 액션과 흥미진진한 전개 사이 어느새 완벽한 워맨스가 펼쳐지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여름휴가를 극장으로 간 저에게 시원함을 준 영화 <밀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