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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레스트 검프>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배경

윈스터 프랜시스 그룸 주니어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수재자이며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캐스트 어웨이(Castaway)를 연출한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의 작품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1994년 개봉한 영화로, 공산권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된 90년대 초 평화의 분위기가 담겨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199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를 전쟁과 냉전을 겪지 않은 신인류로 불렀는데 저메스키 감독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1960년대부터 냉전 종식까지의 미국 역사를 훑으며 이 전 후 세대 신인류에게 미국의 가치관과 역사의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많은 메시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홈(Home)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가정, 가족, 홈(Hom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포레스트와 제니의 일생을 따라가며 미국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메인 스토리인 포레스트의 삶은 미국의 큰 사건들로 강대국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어두운 이면들을 서브 스토리인 제니의 인생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포레스트의 인생에도 어두운 부분이 있고, 제니의 인생에도 밝은 면이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여러 약점을 지닌 포레스트와 그를 구원해 준 제니 두 사람의 인생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도 결국 고향 집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포레스트가 제니를 구해주는 모습을 통해 가족과 홈(Home)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바람에 휘날리는 깃털입니다. 깃털은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사람을 스치고 차에 치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검프의 발 앞에 멈춥니다. 정류장은 잠시 대기하는 곳입니다. 어딘가로 떠나기 전 기다리는 장소입니다. 깃털은 관객과 포레스트, 검프의 삶을 의미합니다. 세상의 풍파에 흩날리다 우연히 잠시 쉬어가는 곳에서 관객들과 포레스트가 만난 것입니다. 포레스트는 깃털을 자신이 제일 아끼는 책 사이에 소중히 끼워놓고 옆에 앉은 여자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맨 처음 옆에 앉은 사람은 흑인입니다. 백인 우월단체 kkk단의 창립자의 이름을 딴 포레스트가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시작점인 정류장에서 흑인 여성에게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백인 우월주의 집단의 창립자와 같은 이름의 남자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만난 흑인 여성을 만나 말을 건넵니다. 영화는 서로 대립되는 두 이미지를 평화로운 분위기에 배치해 이제 갈등이 끝나고 새로 시작하는 평화의 시대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포레스트와 제니

포레스트는 IQ 75에 허리가 굽어 다리에 보조장치를 달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현명하고 강인한 엄마의 보호와 교육이 있었지만 밖으로 나가면 많은 공격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마치 가족처럼 다가온 존재, 천사 같은 친구 제니가 있습니다. 제니는 괴롭힘 당하는 포레스트에게 외칩니다. "런(Run)!" 제니는 도망치라는 말이었지만 포레스트는 말 그대로 달려 나갑니다. 그 순간 삐걱거리며 달리던 포레스트의 다리에서 보조 기구가 떨어져 나가는 명장면이 펼쳐집니다. 제니는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습니다. 포레스트에게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역시 큰 상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제니가 외친 "런(Run)"은 포레스트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후 제니는 집을 나와 도망치는 삶을 살아갑니다. 절친이자 첫사랑인 포레스트에게서도 도망칩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런(run)하던 포레스트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제니를 향해서 달려 나갑니다. 다리의 보조장치는 편견입니다. 포레스트를 모자란 사람, 부족한 사람으로 정의하는 세상의 시선과 구속을 상징합니다. 포레스트는 제니 덕분에 그 편견과 구속을 부수고 달려 나갑니다. 그리고 도망치는 제니를 구하러 달려갑니다.

 

베트남 전쟁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는 전쟁의 참혹함을 모릅니다. 우상화된 전쟁 영웅이나 멋있어 보이는 군복에 매료될지도 모르지만,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그 끔찍함을 알기에 전쟁을 반대합니다. 감독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 전쟁의 끔찍함과 허망함을 전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포레스트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합니다. 군대에 지원하라는 권유에 단순하게 응한 것입니다. 포레스트가 군대에서 만난 두 인물, 댄 중위와 바버는 전쟁에 희생된 젊은이들입니다. 수많은 전쟁에서 명성을 얻은 집안의 댄 중위는 집안의 전통에 따라 군인이 되어 참전하지만, 그는 훈장을 얻고 두 다리를 잃어 인생을 포기합니다. 자리 잡을 기반이 없는 흑인 청년 바버도 돈을 위해 참전하지만, 돈을 벌어 돌아가지 못하고 전쟁에서 숨을 거둡니다. 댄 중위와 바버는 인종에 관계없이 전쟁에 희생된 젊은이들을 말합니다. 영광은 높은 자리에 있는 나이 든 사람들의 것입니다. 영화는 냉전의 마지막 이념 전쟁인 베트남 전쟁을 통해 이제 전쟁의 영광을 말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줍니다. 전쟁은 피해와 상처뿐인 기억이며, 반복되어서는 안 됨을 말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 포레스트는 탁구 선수가 되어 유명해집니다. 미국의 대표로 중국에 가서 탁구 경기를 치뤘습니다. 냉전이 끝나고 중국과의 수교를 회복하던 핑퐁 외교를 의미합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총을 쏘던 포레스트가 이번에는 탁구채를 들고 스포츠를 합니다. 너무나 다른 두 곳에 같은 사람이 서 있는 이 상황을 통해 평화에 이르는 길은 전쟁이 아닌 대화에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포레스트는 전역을 하면서 학교를 그만둡니다. 탁구 광고로 번 돈을 들고 바버의 고향을 찾아가 약속했던 새우잡이를 시작합니다. 편지를 받고 찾아온 댄 중위는 1등 항해사가 되어 함께합니다. 
댄은 자신에게 찾아온 큰 불행 앞에서 대답 없는 신에게 분노합니다. 그는 포레스트에게 너의 신을 찾았느냐고 묻습니다. 이에 포레스트는 "찾아야 하는지도 몰랐는데요?"라고 대답합니다.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단순한 포레스트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항상 모든 일이 잘 풀렸습니다. 신을 찾아야 할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포레스트도 벽에 부딪히게 되는데, 새우가 하나도 안 잡혀 '신에게 기도라도 해보라.'는 팬의 비아냥에 포레스트는 주말마다 흑인 교회에 나가 기도하고 찬양합니다. 포레스트의 차별 없는 순수함을 다시 한번 어필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큰 태풍이 찾아옵니다. 태풍은 위기이자 시련을 의미합니다. 거친 풍랑에 정면으로 맞서는 데는 포레스트와는 다르게 두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포레스트는 그가 많이 화난 것 같다고 표현합니다. 댄 중위는 포레스트와 함께하면서 달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시련과 장애에 굴하지 않고 런(run)하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화가 난 듯이 태풍에, 신에게 맞섰고 그 시련을 이겨낸 댄은 이내 평화를 얻습니다. 포레스트도 댄이 신과 화해한 듯 보인다고 표현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다른 배들은 모두 망가져 버렸지만 포레스트와 데의 제니호는 살아남았습니다. 새우잡이와 댄 중위의 이야기는 미국 사회의 근간이 되는 신에 대한 믿음과 시련을 이겨내는 개척 정신을 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포레스트의 고향과 집(Home)

아픈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돌아온 포레스트에게 엄마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같은 거야.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무엇을 고를지 모르지"라는 말을 해 줍니다. 바람에 이리저리 실려가는 깃털처럼, 무엇을 고르게 될지 모르는 초콜릿처럼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곁에서 서로를 위로해 주는 가족이 있는 곳, 따뜻한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술과 마약에 찌들어 방황하던 제니도 고향에 돌아옵니다. 제니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혼자가 된 포레스트와 함께 지냅니다. 그리고 어느 날 포레스트의 청혼을 받은 제니는 청혼을 거절하지만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도망칩니다. 이번에는 포레스트가 준 훈장도 두고 떠나며 완전한 이별을 할 것을 다짐합니다. 제니가 떠나고 포레스트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왜 달리는지 자신도 모릅니다. 이유도 모른 채 3년간 달리던 포레스트는 문득 너무 지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포레스트가 집을 향해 뛰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만나 다정하게 대해준 그 순간부터 제니는 포레스트의 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제니와 함께하는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졌지만 그녀는 갑자기 떠나버렸죠. 세상 어느 곳이든 가족이 있는 곳이 집입니다. 제니가 떠나버리자 포레스트는 갈 곳을 잃고 마냥 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포레스트는 제니의 편지를 받고 재회합니다. 아들 포레스트 검프 주니어도 만나고 제니와 결혼도 합니다. 얼마 후 병으로 떠난 제니의 무덤 앞에서 포레스트가 이런 말을 합니다. "댄 중위님 말처럼 인생엔 정해진 운명이 있는 걸까? 아니면 엄마 말처럼 바람에 이리저리 실려가는 걸까? 난 아마도 둘 다가 아닐까 생각해." 저는 포레스트 검프의 메시지를 이렇게 느꼈습니다. 저는 작품을 보며 우리의 삶은 선택하기도 하고 떠밀리기도 하면서 복잡하게 살아가지만 결국 우리가 도달할 곳은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뜻해서 오래도록 기억나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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